"분유 훔칠 순 없어 구걸도 했죠" 극한에 몰린 '미혼부'

  • 5년 전
사랑이 아빠 김모(40) 씨는 오늘도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운다. 그렇게 돈을 아껴 4살 난 딸이 좋아하는 짜장면을 한 그릇이라도 사주고픈 마음에서다.

천 원짜리 한 장이 아쉬운 생활이지만, 그래도 요즘은 일이 끝난 뒤 어린이집에 사랑이를 데리러 가는 길에서 행복을 느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 씨는 예방접종조차 제대로 시키지 못해 쩔쩔매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친모의 행방을 몰라 아이 출생신고까지 1년 이상을 허비한 게 컸다. 출생신고가 안 되니 예방접종을 비롯해 의료보험 혜택을 제때 받을 수 없었다. 김 씨는 "비용 마련 때문에 다음 예방접종 날짜가 아닌 금액부터 묻게 되더라"면서 "주사는 반드시 맞혀야하니까 아무리 어려워도 10만원씩은 항상 준비해 뒀었다"고 말했다.

하필이면 이때 김 씨가 구한 일자리가 퇴폐업소에서 카운터 일을 보는 것이었다. 담배연기가 스며드는 내실에서 사랑이를 눕히고 중간 중간 돌보는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먹고 살기 위해 사랑이를 몹쓸 곳에까지 데려온 것이 맘에 걸려 매일 하나님께 손 모아 기도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고군분투했지만 김 씨는 결국 사랑이의 병원비를 버텨내지 못하고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 사랑이의 폐에 물이 차 중환자실에 2주간 입원하게 됐고, 김 씨는 병원비를 감당할 재간이 없었다.

당시 김 씨는 분유를 훔친 엄마가 선처를 받았다는 뉴스를 보고 똑같이 범행을 저지를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경찰이 친자등록이 안 된 딸을 자신과 강제 격리시킬까봐 두려워 그럴 수도 없었다고 한다.

결국 김 씨는 길거리에 나앉아 구걸하는 신세에 이르렀다. 하루 벌이는 5만원 정도로 적지 않은 액수였다. 김 씨는 "5만원에 자존심도 버릴 수 있는 내 자신을 보고 아이를 학대하는 기분이 들어 미쳐버릴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랑이에 대한 책임감 하나로 다시 일어선 김 씨는 현재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김 씨는 "아이에게 부모 둘의 사랑을 주지 못하는 고통을 줬는데, 여기서 양육마저 포기하면 또 잘못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