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cutView - "예술로 힐링해요...아름다운 학교"

  • 5년 전
초등학교 수업이 끝난 늦은 오후, 서울 양천구의 한 건물.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노랫소리가 끊임없이 새어나온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악기도 연주하고 게임도 하면서 즐겁게 어울리는 아이들.
한서지역 아동센터의 '아름다운 학교' 음악 수업 현장이다.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 경제적 이유로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돈이 많이 드는 예술교육은 꿈도 못 꿀 일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학교'에서 아이들은 무료로 자신이 원하는 문화예술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아름다운 학교'는 한서지역아동센터와 문화예술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운영하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문화예술교육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미술, 합창, 기악, 축구 등 6~7개의 예체능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은영 센터장(00세)은 "이 센터에는 차상위 계층과 저소득층 사이에 위치한 가정의 아이들이 많이 있다"며 "그러나 이 아이들에게 예체능은 악기나 학원비 때문에 제일 접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예체능 수업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런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마음속에 지닌 상처를 치유한다는 이 센터장은 "아이들에게 '힘들지'라고 말하며 상처를 상기시키는 게 아니라, 여기 있는 동안 문화예술 학습 등을 재밌게 하면서 상처가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극 수업의 보조 강사를 맡았던 이경미 (50, 한서아동센터 사회복지사)씨는 "연극 수업을 통해 자신의 소리를 내고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아이들의 내면에 있는 것들이 역할극을 통해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이경미 씨는 "감정 조절이 안돼서 화를 잘 내고 소통이 안 되는 고학년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연극 수업에 참여하면서 자기 안에 있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속사정까지 알게 돼서 미술치료를 연계해 치유한 사례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씨는 "이 일이 힘들지만, 아이들 속에서 같이 즐겁고 행복하고 오히려 내가 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받는 게 더 많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학교'에서 음악 수업을 진행하는 이민희(30, 뮤직플러스 아동음악연구회)씨도 "아이들과 놀이, 게임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음악을 즐기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음악 안에서 마음을 치유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나도 즐거워져서 내가 오히려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이민희 씨는 또 "처음에는 아동센터의 아이들이니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반 아이들과 전혀 다르지 않고 똑같았다"며 "오히려 센터의 아이들은 순수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어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힘을 준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예술'을 통한 치유를 주고 받는 '아름다운 학교'는 그러나 운영 비용이 만만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은영 센터장은 "국가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는 급식비가 있지만 교재구입 등은 후원금에 의지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초창기에는 아이들한테 전통악기를 가르치고 싶어서 장구를 사려고 했는데 당시 장구 하나가 13~15만 원 했다"며 "하지만 후원해주겠다는 사람이 없어 개인 카드로 '확 긁어버렸다'"며 소탈하게 웃었다.

현재 전국에는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을 돌보는 지역 아동센터가 4천여 곳에 이른다.
그러나 돌봐줘야 할 아이들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숫자인데다 예외 없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기획 / 제작 : 김송이 기자, 김기현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