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밖에 모른다"는 할머니가…고위험 펀드 '13개'

  • 5년 전

◀ 앵커 ▶

일반 예적금보다 수익을 더 낼 수도 있지만, 원금 손실 같은 위험부담이 큰 금융투자 상품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 시중은행이 이런 상품의 위험성을 알기 힘든 팔순의 노인에게 전재산 투자를 권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강나림 기자가 사연을 알아봤습니다.

◀ 리포트 ▶

최태영 씨는 지난달 우연히 어머니의 은행 계좌를 들여다보고 화들짝 놀랐습니다.

특정금전신탁 ETF, ELS, 증권투자신탁, 전문사모펀드, 변액보험.

10개가 넘는 금융상품에 가입했는데 모두 원금보호가 안 되는 위험등급 1등급,

전 재산인 예금 4억5천만 원 가운데 95%가 넘는 4억 3천만 원이 초고위험상품에 묶여있었습니다.

[최태영]
"제가 이걸 보고 너무 어이가 없어가지고… 총 자산 중에 예금자보호법으로 적용받는 건 입출금통장에 7백9만8천 원."

최 씨 어머니의 나이는 올해 팔순.

현재 투자하는 상품만 13개, 이전에 했던 것까지 합치면 서른 개가 넘습니다.

지난해엔 1월 ETF 두 개 2월과 3월에 각각 ETF 한 개씩, 4월과 5월에 ELS와 투자신탁 상품 등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가입했는데 이 모든 상품을 우리은행 지점 한 곳에서 판매했습니다.

들어도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은행 직원이 어련히 잘해주겠거니 했다는 겁니다.

[노00]
"그쪽에서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그냥 네네만 하라고 해서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네네네 하고 끝나는 거예요. 친절하게 잘 하니까 믿어야지 하고 한 거지."

잘 모르는 노인한테 어떻게 이런 무리한 투자를 권하느냐고 아들인 최 씨가 따지자, 은행 직원은 이득도 봤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럼 수익이 얼마나 났는지 그간 가입했던 투자상품의 원금과 수익률을 알려달라고 하자, 그건 또 알려줄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은행 직원]
"(투자) 이력 조회는 여기서 내부자료는 드릴 수 없어요. 자료를 다시 다 뽑아야해요. 고객님한테 제공해드릴 수는 없어요."

자식 생각에 평생을 아껴 모은 재산인데,

팔순 노모가 무슨 큰 욕심에 투자에 나섰겠냐고 이러다 큰 손해라도 나면 누가 책임지는 거냐고 최 씨는 묻습니다.

[최태영]
"저도 50인데 제가 봐도 이거 헷갈리고 어려워요. 하물며 어르신들은 어떠시겠어요. 당신 어머니한테는 이런 투자 하신다고 하면 권하시겠냐 했더니 유구무언이죠. 말을 못하죠."

MBC뉴스 강나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