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영화 속 잿빛 도시…야외근로자 어쩌나
  • 5년 전

◀ 앵커 ▶

오늘 외출한 우리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하나같이 얼굴에 커다란 마스크를 쓰고 있죠.

지금 듣고 계시는 노래는 먼 훗날의 아이들도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게 해 주자는 곡인데요.

과연 우리는 이런 세상을 약속할 수 있을까요.

사상처음으로 수도권에 엿새쨰 미세먼지 비상조치가 내려진 오늘도 도심은 잿빛 먼지로 뒤덮였습니다.

어제보단 좀 나았다곤 하지만 미세먼지를 머금은 하늘은 여전히 회색빛이었습니다.

김세로 기자가 헬기를 타고 둘러봤습니다.

◀ 리포트 ▶

미세먼지에 시야가 가려 어렵사리 오른 하늘길.

희뿌연 먼지가 여전히 안개처럼 서울 여의도를 감싸고 있습니다.

63빌딩은 형태만 겨우 보입니다.

남산타워는 아예 모습을 감췄다가 마포대교 인근까지 와서야 뾰족한 첨탑이 겨우 보입니다.

잠실 축구경기장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은 겨우 방한대를 마스크 삼아 코와 입을 가렸습니다.

길게 뻗은 강남 테헤란로는 특수카메라로 촬영한 영화 속 도시처럼 온통 잿빛입니다.

인천대교 상공의 미세먼지 상황을 어제와 비교해 봤습니다.

어제는 중간에 길이 없어진 듯 보였던 인천대교는 오늘 교각의 모습과 차량의 움직임이 보일 정도로 조금은 나아졌습니다.

그러나 먼지 속에 갇힌 시민들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역 주변 번화가도, 관광지도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기무라 가요코/일본인 관광객]
"초미세먼지가 심하다는 말은 들었는데, 이정도일 줄 몰랐어요. 하늘이 새하얘서 정말 놀랐어요…"

엿새째 계속되는 미세먼지의 공습에 밖에서 일 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더 고통스럽습니다.

오토바이 배달 기사들은 행여 앞이 가려 사고라도 날까, 시장에서 지게로 물건을 나르는 노동자는 숨 쉬기가 어려워 마스크 쓰는 건 사치라고 말합니다.

[오토바이 배달 기사]
"(미세먼지) 그런 거 몰라요 낮은 데서 일 하는 사람들은 그런 거 신경 쓸게 못돼요…"

[지게 노동자]
"계단을 10층까지 올라가는데 어떻게 마스크 쓰고 올라가요, 숨차서 못 써요…"

서울과 수도권, 충청지역에선 내일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일주일 째 미세먼지 비상조치가 유지될 예정입니다.

MBC뉴스 김세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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