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분양가 심사…"해당 건설사 임원도 참여"

  • 6년 전

◀ 앵커 ▶

정부가 지난주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 신규 택지를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짓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건설사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라, 해당 지자체가 '심사위원회'를 만들어서 적당한 값인지 따져보는데요.

그런데 심사위원회 위원이 누군지, 뭘 논의하는지가 비밀입니다.

저희가 그 비밀에 가려진 위원회 구성을 확인해보니 건설사 직원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백승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아파트 8천여 세대가 들어설 경기도 과천의 공공택지.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월드컵경기장 스물세 개에 맞먹는 면적을 확보했습니다.

아직 군데군데 수풀이지만, 한쪽에선 터 닦기 공사도 한창입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공공택지인 만큼 여기에 짓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과천시가 만든 분양가심사위원회가 최종 결정합니다.

사업단을 찾아가봤습니다.

(여기가 사업단인가요?) "네"

현장에서 만난 사업단장은 지분 50%를 투자한 대우건설 간부.

그런데 이 남성은 현장 책임자인 동시에 과천시의 분양가심사위원이었습니다.

[조 모 씨/민간사업단장]
(분양가 심사위원회 위원이었어요?)
"위원이었냐고요? 네."
(분양가는 사업단에서 정하는 건가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과천시에서 분양가심사위원회를 거쳐서…"

자기 회사가 짓는 아파트 분양가를 심사하고 결정하는 위원회에 자신이 심사위원으로 앉아 있었던 겁니다.

한 명뿐이 아닙니다.

대우와 함께 사업 중인 금호산업 양 모 상무, 이들 민간건설사와 손잡은 LH 경기지역본부 박 모 씨도 올해 1월까지 심사위원으로 있다 전화 한 통을 받고 사임서를 냈습니다.

[양 모 씨/금호산업 상무]
"(과천시가) 이해관계가 있으니 좀 불편하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냐 그랬더니 사직을 해라."

과천시는 심사 때 이해 관계자는 빼도록 돼 있어 법적으로 문제 될 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과천시 분양가심사위 담당]
"상식적으로 이상하게 보일 뿐이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잖아요."

문제가 없다면서 왜 사임시킨 걸까?

과천시 의회가 앞으로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한다는 내용의 조례안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발의하자 슬그머니 사표를 받아낸 겁니다.

[제갈임주/과천시의원]
"(조례로) 회의 내용과 그리고 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이 사실을 아마 끝까지 몰랐을 거예요."

다른 지역은 어떨까 정보공개 청구를 해보니, 공공택지 개발이 많은 경기도의 경우 현재 심사위를 운영 중인 지자체 23곳 가운데 김포와 하남, 수원 등 18곳이 명단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수도권 전체에선 36곳 가운데 27곳이 공개를 꺼렸습니다.

추가 공공택지로 발표한 광명, 의왕, 성남, 시흥도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이유도 제각각입니다.

[광명시 분양가심사위 담당]
"어떻게 해달라고 로비가 될 수 있고 그러니까…"

[성남시 분양가심사위 담당]
"개인정보 보호법 문제 때문에 이번에는 비공개로 갔고요."

명단도 명단이지만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회의 내용은 아예 비공개입니다.

공개하려면 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의결해야 하는데 스스로 공개를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건설사 유착이나 분양가 부풀리기 의혹이 있다고 해도 밖에선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겁니다.

국토교통부는 분양가 심사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명단이나 회의 내용 공개가 도움이 될지 검토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MBC뉴스 백승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