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취약한 노년층…갈 곳 없는 '폭염 약자'들

  • 6년 전

◀ 앵커 ▶

폭염은 노년층에게 더 위험합니다.

온열질환 사망자 중에는 고령자가 압도적으로 많은데요.

위협적인 폭염과 싸우는 노인들의 모습.

최유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원금 할머니의 지하 단칸방을 독거노인 생활지도사와 함께 찾았습니다.

한여름 폭염 속 할머니의 지하 단칸방은 눅눅함에 절어 있습니다.

창에 달려있는 에어컨은 이사 올 때부터 고장 난 장식품이었습니다.

두 달 전 다리를 다친 할머니는 밖에 잘 나가지도 못합니다. 할머니는 선풍기를 돌리고 찬물을 얹으며 하루를 버팁니다.

[서원금/81세]
"못 나가니까 더 더우니까 그냥 저기만 왔다갔다하다가 집에 와서 찬물로 세수하고. 들어와서 그냥 이렇게 있는 거지."

노인들이 여럿 앉아 있는 곳은 지하철 환풍구 위입니다.

밟고 지나가는 것도 위태롭게 생각했던 환풍구 듬성듬성한 쇠막대 사이로 지하 바람이 올라옵니다.

갈 곳 없는 노인들이 눈치 보지 않고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거리의 에어컨입니다.

[이성복/79세]
"파고다 공원 한 번 돌다가 여기 돌아와서 앉았다가 한 서너 시간 보내고 들어가죠. 노인네들이 쉴 때가 없다고 지금 쉼터가…"

도저히 못 견디겠다 싶으면 지하철을 탑니다.

지하철은 공짜고 시원하고 앉아서 졸 수도 있습니다.

[온승자/70세]
"그냥 하루종일 타고 돌아다니고 싶어죽겠어요. 집에 가면 너무 더워서 그래서 지하철 타고 열 바퀴 돌았으면 좋겠어요."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온열질환 사망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절반에 달합니다.

폭염은 재난이 되어 버렸고 닥쳐버린 재난은 이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곳이 어디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MBC뉴스 최유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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