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파일]교활한 ‘그놈 목소리’…피해 막은 경찰

  • 6년 전


[리포트]
누구보다 반가운 자녀의 전화.

그런데 전화를 받아보니 이런 목소리가 들린다면 어떨까요.

"원하는 건 돈이고 애는 해치지 않는다고 했지?"

"어떻게 할까요? 아들 수술 시킬까요? 야, 망치야. (예, 형님.) 마취시켜라. (예, 알겠습니다. 형님.)"

"당신의 자녀가 납치됐으니 돈을 보내라."

부모 입장에선 머리가 하얘지는 이야기죠.

지난달 말 부산입니다. 경찰차가 서고 차에서 내린 경찰들이 황급히 뛰어갑니다

도착한 곳은 한 가정집인데요. 경찰이 집안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오히려 여성 한 명이 나오더니 한참을 얘기하곤 경찰을 세워둔 채 혼자 들어가 버립니다.

당시 집 안에선 40대 여성이 한 남성과 통화 중이었습니다.

"아들이 친구 보증을 섰는데 친구가 도망갔다."
"아들이 대신 돈을 갚아야 하니 3천만 원을 보내라."
"그렇지 않으면 아들의 신체를 훼손하겠다."

자신을 사채업자라고 소개한 이 남성, 사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일원이었습니다.

자녀가 납치했으니 돈을 보내란 이른바 '납치빙자형' 보이스 피싱입니다. 부모의 절박한 심리를 노리는 보이스피싱 유형입니다.

범행 전 가족관계, 이름은 물론 가족들의 휴대전화 번호까지 미리 파악해 치밀하게 접근합니다.

자녀가 실제 납치된 것처럼 믿게 하려고 수화기 너머로 납치된 자녀인 척 연기를 하기도 하고, 범행 전 자녀에게 욕설 전화를 수 차례 걸어 휴대전화를 끄게 한 뒤

부모와의 연결을 차단해버리기도 하죠. 실제 앞서 보신 부산 사례의 경우도 이런 치밀한 범행 수법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어머니 말고도 피싱범 일당의 전화를 받은 사람이 또 있었던 건데요. 바로 집 앞에서 경찰의 진입을 막았던 딸이었습니다.

[송국근 / 부산 광민지구대(당시 출동한 경찰)]
"딸한테도 전화가 왔었대요. 같이 있는 것을 알고. 번호를 다 알더랍니다. 인적사항도 알고. 두 분 다 통화를 계속 했더라면 피해가 생기지 않았을까… "

엄마와 딸의 번호를 미리 파악한 뒤 동시에 전화를 걸어 돈을 보낼 때까지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것이죠.

딸이 경찰의 진입을 막은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또 이들은 실제 납치된 아들인 척 수화기 너머에서 연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출동한 경찰이 긴박한 상황이라 판단해 담장을 넘어 집 안으로 들어갔고 피싱범과의 전화를 강제로 종료시킨 덕분에 피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사건파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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